모터쇼 중국 자동차가 많아진 이유, 유럽·미국 브랜드는 왜 자리를 비울까
한때 세계적인 모터쇼의 가장 큰 전시관은 독일과 미국, 일본 자동차 회사들의 차지였습니다. 그런데 최근 해외 모터쇼 풍경은 빠르게 달라지고 있습니다. 전통 자동차 업체가 참가 규모를 줄이는 동안 모터쇼 중국 자동차 브랜드들은 오히려 해외 전시회에 적극적으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10월 6일 Reuters가 파리모터쇼를 앞두고 분석한 내용에서도 이런 변화가 뚜렷하게 나타납니다. 중국 자동차 업체들은 유럽시장에 브랜드를 알리는 수단으로 국제 모터쇼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Reuters
자동차 회사들이 모터쇼를 떠난 이유
과거에는 신차를 전 세계에 한꺼번에 알릴 수 있는 방법이 많지 않았습니다.
수많은 기자와 소비자가 모이는 모터쇼에서 신차의 덮개를 벗기는 것 자체가 거대한 광고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릅니다.
자동차 회사가 자체 온라인 발표회를 열면 전 세계 소비자가 동시에 영상을 볼 수 있습니다. 유튜브와 SNS를 이용하면 신차의 세부기능을 몇 달 동안 나눠 공개할 수도 있습니다.
거대한 전시관을 빌리고 수십 대의 차량과 직원들을 보내는 모터쇼보다 비용도 훨씬 적게 듭니다.
자체 행사가 더 유리한 이유도 있다
모터쇼에서는 같은 날 여러 회사가 신차를 공개합니다.
아무리 중요한 자동차를 공개해도 옆 전시관에서 더 화려한 신차가 등장하면 관심이 분산될 수 있습니다.
반면 제조사가 독자적인 발표회를 열면 그날의 주인공은 자기 회사뿐입니다.
Tesla가 대규모 전통 모터쇼보다 자체 이벤트를 활용해 신제품을 공개해온 방식은 자동차 업계의 홍보방식 변화에 영향을 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다른 업체들도 디지털 발표와 자체 행사를 확대하면서 모터쇼의 독점적인 역할은 이전보다 줄었습니다.
그런데 중국 업체는 왜 반대로 움직일까
유럽 소비자에게 Volkswagen이나 BMW, Mercedes-Benz를 설명할 필요는 거의 없습니다.
이미 브랜드를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중국 업체는 다릅니다.
중국에서는 유명한 브랜드라도 프랑스나 독일 소비자에게는 이름조차 낯설 수 있습니다.
이들에게 모터쇼는 단순한 신차 발표장이 아니라 처음 브랜드를 소개하는 거대한 쇼룸입니다.
소비자가 자동차를 직접 보고 문을 열어보고 실내에 앉아보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은 신생 브랜드에 상당한 장점입니다.
중국 내 경쟁이 너무 치열해진 것도 이유다
중국 자동차 시장에는 수많은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브랜드가 경쟁하고 있습니다.
가격경쟁도 거셉니다.
결국 중국 업체들은 성장할 새로운 시장을 해외에서 찾아야 합니다.
유럽은 자동차 구매력이 높고 전기차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는 주요 시장입니다.
올해 유럽의 전기차 판매도 저렴한 신차가 늘면서 사상 최고 수준으로 증가했습니다. Reuters
중국 업체 입장에서는 바로 이런 시장에서 브랜드 인지도를 빠르게 높일 필요가 있습니다.
값싼 중국차만 나오는 것도 아니다
중국 자동차의 해외 전략을 단순히 ‘싼 전기차’라고 생각하면 최근 변화를 놓칠 수 있습니다.
중국 업체들은 보급형부터 고급 전기차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까지 제품군을 넓히고 있습니다.
영국에서는 중국 Chery 계열 Jaecoo 7이 지난 9월 판매량 상위권에 오르는 등 실제 판매에서도 존재감이 커졌습니다. 같은 달 영국 순수전기차 등록은 전년보다 36.3% 증가했습니다. Reuters
이제 모터쇼 출품은 단순히 ‘중국에 이런 차가 있다’고 보여주는 단계에서 실제 판매망을 확대하는 과정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유럽 현지 생산까지 준비한다
관세도 중요한 변수입니다.
중국에서 만든 전기차를 유럽으로 계속 수출하기만 하면 관세와 정치적 갈등의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일부 중국 업체는 유럽 현지 생산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GAC는 유럽 주요 시장에서 판매를 확대하기 위해 현지 생산능력을 추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으며 프랑스를 포함해 여러 유럽 국가로 진출범위를 넓히고 있습니다. Reuters
단순 수출업체가 아니라 유럽 자동차산업 안으로 들어가려는 전략입니다.
중국 회사의 기술을 기존 업체가 쓰는 시대도 온다
경쟁관계만 있는 것도 아닙니다.
Volkswagen은 중국 Xpeng과 협력하고 있으며 Xpeng은 자사 소프트웨어와 AI 기술을 다른 해외 자동차 업체에도 제공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Reuters
과거에는 중국 업체가 유럽 자동차 기술을 배우기 위해 합작회사를 만들었다면 이제는 중국 전기차 업체의 전자·소프트웨어 기술을 글로벌 업체가 활용하는 반대 방향의 협력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모터쇼에서 중국차의 비중이 늘어나는 현상을 단순히 전시장 숫자만으로 볼 수 없는 이유입니다.
그렇다면 전통 모터쇼는 사라질까
완전히 사라진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자동차는 스마트폰이나 소프트웨어와 달리 소비자가 직접 보고 만져보는 경험이 중요한 상품입니다.
특히 처음 접하는 브랜드일수록 실차를 보는 경험이 구매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미 유명한 자동차 회사에는 모터쇼의 필요성이 줄어들 수 있지만 새 시장에 진입하려는 업체에는 오히려 가치가 커질 수 있습니다.
같은 모터쇼를 두고 기존 업체와 신생 업체의 계산이 달라지는 것입니다.
소비자에게는 선택지가 늘어난다
중국 브랜드가 유럽에서 많아지면 기존 업체에도 압박이 생깁니다.
가격뿐 아니라 배터리, 충전속도, 소프트웨어, 인포테인먼트 같은 영역에서 경쟁이 더 치열해질 수 있습니다.
소비자는 선택지가 늘어나지만 확인해야 할 것도 있습니다.
새 브랜드의 차량가격이 싸다고 해서 유지비까지 무조건 싼 것은 아닙니다.
서비스센터 숫자, 부품공급, 중고차 잔존가치,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지원 등을 함께 봐야 합니다.
모터쇼의 주인이 바뀌는 것은 자동차 시장이 바뀌고 있다는 신호다
모터쇼 중국 자동차가 많아진 이유는 중국 업체가 단순히 전시회를 좋아해서가 아닙니다.
유럽과 미국의 기존 업체는 이미 높은 인지도를 갖고 있어 비싼 전시비용 대신 자체 행사와 온라인 공개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중국 업체는 해외 소비자에게 자신의 이름과 자동차를 처음 보여줘야 합니다.
그래서 기존 회사들이 비운 전시공간이 중국 업체에는 새로운 시장으로 들어가는 입구가 되고 있습니다. Reuters
앞으로 모터쇼에서 어떤 브랜드가 가장 큰 부스를 차지하는지를 보면 자동차 시장의 세력 변화도 함께 읽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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